한국인의 재래장 횡성오일장 장터이야기
본문 바로가기

한국인의 시장, 전통오일장, 전통시장특산물, 재래시장의 맛과추억

한국인의 재래장 횡성오일장 장터이야기

우하하 횡성한우오일장 그 장터이야기

며칠전 내린 눈으로 인해 차창밖의 산야는 하얀 설색으로 그려진 설경이 펼쳐져 있다. 한폭의 산수화라고 하기에 딱 알맞은 풍경이다. 우리나라의 금수강산은 지금은 빛이 바랬지만 그래도 강원도의 이 산하는 세계 어느나라보다 아름다운 그림같은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횡성오일장을 찾아가는 마음은 이렇게 설경에 묻혀 기쁨의 눈을 뗄 줄을 모른다. 횡성오일장의 장터는 과거 동대문 밖 가장 큰 시장으로 불렸던 장이다. 최고의 한우로 꼽히는 횡성한우로 인해 더 유명한 장터이다.

 횡성은 수도권에서 볼때 강원도로 들어가는 길목에 자리하고 있어서 예부터 한양과 강원도 사이를 지나는 사람들과 물자의 왕래가 많았고, 일제 강점기 때에는 '동대문 밖 가장 큰 시장'이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시장의 규모가 컸다. 오늘날에도 영동고속도로와 중앙고속도로가 교차해 지나가기에 교통이 편리해 횡성오일장에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 덕분에 1일과 6일마다 열리는 오일장날에는 횡성시내 한복판에 있는 상설시장 주변으로 좌판과 노점이 빼곡히 들어찬다.


조선시대 대표적 인문지리서인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강원도 서남쪽에 위치한 횡성이 고구려 때에는 횡천현 또는 어사매라고 불렸다. 지금도 횡성에서 오래 살았던 사람들은 '어사매'라는 지명을 알고있으며, 이 명칭을 쓰는 사람도 종종 있다. 통일신라 경덕왕때 횡성은 황천으로 이름이 바뀌고 삭주군(지금의 춘천)의 속현이 되었다가 고려시대에 횡천이라는 이름으로 원주의 속현이 되었다. 조선에 들어서 태종 14년에 횡천이 인근의 홍천과 발음이 비슷하다고 해서 지금의 이름인 횡성으로 바뀌었다. 횡성의 읍내장이 지금의 상설시장의 모태이며 오늘날에도 매월 1일과 6일로 끝나는 날에 오일장이 열리고 있다. 우하하 횡성한우시장이라는 이름을 쓰기 전에는 오랫동안 횡성시장으로 불렸는데, 그러다가 2013년부터 횡성의 대표 이미지인 '한우'를 내세우면서 '우하하'하고 함박 웃음을 덤으로 얻어가는 행복한 시장이라는 뜻을 담은 지금의 이름으로 불리게되었다.


일제 강점기때 횡성장은 전국적으로 손꼽히는 규모가 큰 시장이었다. 1938년 조선총독부에서 조사한 시장 통계표에 실린 거래액을 기준으로 횡성장은 강원도 1위 전국 20위내에 드는 조선의 대표시장이었다. 일제 강점기때 일본은 횡성의 상권을 장악하기 위해 애를 썼지만 불매운동 등을 펼친 횡성에 발도 제대로 들여놓지 못했다. 그때 이후 횡성의 상인들을 두고 '제 2의 개성상인'이라는 말이 나왔다. 개성상인이 조선의 대표 상징인 만큼 횡성상인은 그에 필적할만큼 상권을 장악하는 수완이 뛰어나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던 것이다. 횡성장은 변화를 맞이하게 되는데, 영동고속도로 개통과 같은 주변 교통의 변화와 농촌인구의 감소, 인근 도시 원주의 상권 확대와 대형마트의 등장 등의 주된 원인으로 인해 약화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2002년 27억여원을 들여 기존의 낡은 건물들을 정비하며 화장실과 주차장 정비, 소방시설 등을  강화하며 새롭게 탄생했다. 2013년에는 문화관광형시장에 선정되기도 한다.


횡성은 태백산맥의 영향으로 농토보다 임야 면적이 훨씬 넓은데, 서남쪽으로 갈수록 산세는 완만해지며 '횡성 앞들'이라 불리는 비옥한 땅이 펼쳐진다. 임야가 80%에 가까운 자연환경때문에 횡성의 경제활동은 산이 중심이 되고 벼농사보다 밭농사가 더 활발하다. 따라서 감자와 옥수수 같은 작물이 많이 재배되며 특산물 역시 산에서 나는 것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예전에는 지리적 특수성과 맞물려 해방이후 횡성의 특산물은 홉이었다. 홉은 맥주를 빚을때 발효를 돕고 맥주의 고유한 맛을 내는 역할을 하는 작물인데, 한때 횡성은 전국 홉 생산의 80%를 차지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수요가 없어서 생산이 끊기고 말았다.


횡성의 한우가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횡성의 지리적인 특성과 관계가 있는데, 풍부한 산간 초지를 이용해 한우를 비롯한 가축들을 사육하는 바람에 2009년 말에는 가축사육 호수는 전체의 25.5%를 점유할 정도로 높았다. 또한 횡성이 예부터 우시장이 발달해 소의 거래와 소비가 활발했던 것도 횡성의 한우가 유명해진 이유중 하나다. 한우는 어디서나 그 맛이 탁월하지만 청정지역에서 신선한 목초를 먹고 자란 횡성한우는 특히 육즙이 풍부하여 부드러우면서도 씹는 맛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돌아보니 이 한우는 시장내에서는 정육점만 몇 곳이 있고 음식점들은 시장 밖 도로주변의 건물들에 식당들이 있어 한우의 맛을 보려면 한우프라자 등의 음식점들로 가서 먹어야만 한다.

횡성의 먹거리를 찾으면 한우부터 떠올리지만 시장안에는 선지가 들어간 해장국과 소의 부속을 활용한 선지크로켓 등만 있고, 옥수수로 만든 올챙이국수나 올챙이 묵, 메밀로 만든 메밀전병과 메밀부침전, 취나물밥, 감자 옹심이 등이 있어 장보러 나온 사람들의 식욕을 자극한다. 물론 횡성군 안흥면에 가면 그 유명한 명성이 자자한 안흥 진빵이 있지만 이곳 오일장 장내에서는 맛을 보기가 힘들다. 장을 둘러보며 횡성의 더덕과 백화표고 등을 사다 보니 점심시간이 많이 지나 배가 고팠다. 여기까지 왔으므로 이곳 먹거리는 맛을 보고 가야 되기에 시장안에 올갱이국수와 메밀전을 파는 음식점이 있어 들어가 앉았다. 소박하게 차려진 음식이지만 장터에 나온 나에게는 진수성찬이다.

당나라 시인 백거이가 유우석한테 묻는 시 한 수를 읊으며 술잔을 비웠지만, 나는 되려 백거이한테 물으며 잔에 치악주 가득 담아 마셔나 볼까 한다..

유우석에게  묻다

새로 걸은 술 거품이 일고                                                                                                                                                                                                작은 화로에 불이 벌겋구나                                                                                                                                                                                                저녁나절 하늘에 눈 오려 하니                                                                                                                                                                                      술술 한잔 같이 할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