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의 여주 오일장 그 장터이야기
찬바람이 가시고 모처럼 온화한 기운이 감도는 날이다. 내일은 다시 차가운 대륙성 기압으로 기온이 뚝 떨어진다고 예보가 말해준다. 평일 금요일이지만 여주 오일장이 열리는 날이라 따뜻한 날에 갔다오기로 마음을 먹고 배낭을 메고 길을 나선다. 우리의 수도권 교통망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것이다. 카드 하나로 경기도 여주까지 갈 수 있다니, 내가 이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그저 고마울 뿐이다. 여주역에서 버스로 몇 정거장 되지 않지만 벌써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 대부분 나이드신 분들이다. 장날이라 장터의 옛 맛을 즐기러 오신 분들이 아니겠는가. 세종대왕릉이 있는 여주인지라 모든게 한글로 통하고 있다. 거리 이름을 비롯 사방곳곳이 한글이 들어간 명칭이다. 시장의 이름도 여주한글시장이다.
여주지역은 고구려때 골대근이라는 이름으로 불렸고 고려시대에는 황려, 여흥 등으로 불리다가 조선 예종때 여주라는 이름이 생겼다. 수로교통이 물류의 중심이던 조선시대에 4대 나루로 마포나루, 광나루, 이포나루, 조포나루가 꼽히는데 이 가운데 이포나루와 조포나루가 여주에 속한 나루였다. 이포나루는 양평으로 가는 여주 북쪽 금사면에 위치했고, 조포나루는 여주 신륵사 앞에 있었다. 남한강 일대에는 많은 절터들이 있는데 거돈사지, 법천사지, 고달사지, 청룡사지 등 많은 폐사지가 남아 있다.
과거 남한강을 오갔던 수많은 상인들이 물길의 안전을 기원하기 위해 절에 많은 시주를 하였기에, 남한강을 따라서 큰 절들이 줄지어 들어섰던 것이다. 이런 큰 절들이 폐사된 것은 물류가 수로에서 육로 중심으로 바뀌면서 상인들의 시주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인데, 절의 규모도 조금씩 약화되다가 끝내 폐사되고 만 것이다. 남한강을 통해 수도권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던 여주지역의 강변에 시장이 세워지고, 강을 오가는 배들이 쉬어갈 수 있는 나루와 여각이 발달했다.
조선시대에 여주에서 생산된 특산물은 <세종실록 지리지>에 보면 주로 남한강에서 잡히는 민물고기가 많았다. 그것은 남한강의 물이 맑고 바닥이 모래여서 여주에서 잡히는 물고기는 흙냄새가 나지않고 단맛이 났기 때문이다. 특히 쏘가리와 잉어는 최고로 쳤다. 이 가운데서도 최고는 남한강에서만 잡히는 금잉어였다. 또하나 특산물은 쌀이었다. 여주쌀은 자채(自蔡)쌀이라고도 불리는데, 여주와 이천 지역에서 주로 생산되었다. 왕실에 진상했던 자채쌀은 윤기가 자르르할 정도로 기름기가 많아 밥맛이 좋았다. 특산물로 자채쌀 외에 고구마와 땅콩, 참외, 배 등이 꼽히는데 특히 고구마가 유명하다. 여주에서 생산되는 고구마는 대신면의 남한강변과 농서면 일대의 야산 기슭에서 주로 재배가 되는데, 전국 생산의 20%를 차지할 정도다. 여주에서 고구마가 많이 생산되는 것은 수확기에 온도의 차이가 심해 전분 축적이 많고 토지가 배수에 용이한 토질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외국 땅콩이 다량 수입되면서 재배면적이 크게 줄어들었지만, 농약을 쓰지 않고 재배한데다 맛과 영양이 뛰어나 아직도 여주 땅콩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여주가 자랑하는 특산물 가운데 하나는 도자기이다. 여주도자기는 기록에 따르면 고려 초기부터 생산이 되었다. 1950년대에는 5개의 생활 도자기공장이 세워졌고, 그후 1970년대에는 40여곳, 1980년대에는 100여곳으로 증가, 오늘날에는 약 600여곳의 도자기 공장이 있다. 이는 싸리산을 중심으로 백토와 점토, 고령토 등 뛰어난 도자기 원료가 생산되기 때문이다.
신륵사 관광지에서는 매년 여주도자기 축제가 개최된다. 1990년부터 개최된 여주도자기 축제와 세계 도자비엔날레 등을 통해 국내 굴지의 도자기 생산지로 입지를 갖추고 있다. 또한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는 세종과 효종의 왕릉, 고달사지 터 등이 손꼽힌다. 세종대왕릉은 당초에는 헌릉 서쪽에 있었는데 사후 수양대군에 의한 단종과 6명 왕자의 비극적 죽음으로, 예종때 여주의 이인손이 묻혀있는 명당자리를 이인손의 묘를 이장시키고 이곳으로 모셔온 것이다. 세종대왕릉과 효종왕릉을 산책로를 통해 돌아보는 시간은 약 1시간 반이 소요된다. 신륵사는 전국 절 가운데 드물게 강변에 지어진 사찰로 원효대사가 창건했는데 흙으로 구운 벽돌로 쌓은 다층 전탑으로 유명하며 강변의 암벽으로 경치도 아름답다.
여주 오일장 가운데 먹거리로 유명한 것이 올갱이 국수였다. 30여년 전통을 자랑하는 국수인데 옥수수를 갈아서 만든 올갱이 국수는 면이 굵고 짧아 젓가락 대신 숟가락으로 떠 먹기도 하는데 진한 국물이 맛있는 음식이다. 이날 이 올갱이 국수를 먹어 볼려고 시장을 누비면서 찾아봤지만 눈에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곳곳에서 상인들에게 물어봤지만 모르고 없다는 말만 하였다. 이 또한 옛 추억속으로 사라져 갔는지, 할 수 없이 입맛만 다시고는 다른걸로 먹었다. 물론 여주쌀로 만든 비빔밥과 정식도 유명하지만...
온통 김으로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얼굴에 웃음 가득 띄우며 책을 들고 계시는 우리의 성군 세종대왕 옆에, 강원도에서 캐온 산더덕과 산도라지, 산마 등이 수북히 쌓여 있는걸 보았다. 결국 배낭 한 가득 산더덕과 산마를 사서 집어 넣고는 세종대왕을 뒤돌아보며 여주오일장 발걸음을 돌린다. 조선 중기 편양선사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깨달은 마음
구름이 흘러가지 하늘은 움직이지 않고 배가 가는 것이지 언덕이 움직이지 않네 본래 한 사물도 없는 것인데 어느곳에서 기쁨과 슬픔이 일어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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